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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감사일기

엄마, 오늘도 서운하셔?

물수제비 2020. 5. 17. 20:12

엄마, 오늘도 서운하셔?

 

질문이 어리석다......

 

 

엄마께 드리는 꽃다발

 

'여든 일곱' 

많이 연로하신 엄마심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서 혼자 생활하고 계신다.

'나는 괜찮어, 나는 괜찮다' 하시지만 괜찮지 않음을 알고 있다.

 

코로나 19로 벌써 세 달째 감옥살이 아닌 감옥을 살고 계신다. 질병이 아니라도 자유롭지 않으시지만 더욱 그리되었다.

시골 어르신들의 모임처인 마을 회관도 갈 수 없고.....

 

어버이날도 날짜에 맞춰 뵙지 못하고 엄마보다 가까이 사는 언니랑 엊그제 겨우 다녀왔다.

꽤 먼 거리여서 자주 뵙질 못하는....

오전에 출발하여 오후에 닿았다. 

 

당신 쌈지돈을 꺼내시며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께 밥 먹으러 가자" 하신다. 

읍내에 나가 추어탕 한 그릇 사먹고 좋아하시는 참외 한 꾸러미, 삼겹살과 야채를 사들고 세 여인이 집으로 돌아와 도란도란....

참 좋아하시는 엄마.

 

농사일이 고된 언니는 비가 내려 그런가 하며 잠깐 잠깐 숨이 고르다. 

 

빗소리가 한가롭고 엄마의 살뜰한 사랑이 따뜻하다.

5월 중간이지만 보일러를 높여 놓고 누워 잠들고....

 

아침, 엄마가 먼저 움직이신다. 

 

주방에 나가니 미역국을 준비하며 도마를 바닥에 두고 고기를 썰고 계신다. 

허리가 굽어 조리대가 너무 높아 팔힘이 안 들어 간다 하신다. 

"가만 생각하니 내일이 니 생일인데 오늘 갈 것이니 미역국이라도 끓여 줘야지"

"아니 팔십, 아니 구십 어른이 무슨 딸 생일국을 끓이신데!!

"왜, 안된다니?" 

눈길을 피하며 말끝을 흐림.

 

끓여 주신 미역국에 밥먹고,

"이제 내가 늙어 너희가 와도 줄게 없다..." 

 

가족 저녁 준비가 바쁜 언니와 귀가를 서두른다.

 

"엄마 비 와, 언능 들어가셔."

"그려, 어여 가..."

 

뒤돌아 보지 못한다. 백미러도 안 본다.

 

돌아가고 나서 휑할 우리 머문 자리가 자꾸 헛기침하게 한다.

 

 

먼 거리 돌아와 잘 왔다 전화 드리며

"엄마, 오늘도 서운하셔?"

"아녀, 그냥 보고 싶을 때가 있어"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씀하셔~~"

".........."

울먹임이 들린다. 나는 너희 의지로 살어~~하시던 그 울먹임......

 

정말 이제 더 자주 찾아 뵈야지, 그래야지........

 

내일은 우리 하늘 어버이날, 우리 하늘 어머니께서도 오랫동안 문밖에 서 계셨는데......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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