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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선물, 상선약수 (上善若水)

물수제비 2020. 3. 11. 16:12

상선약수 (上善若水)

 

 

아버지께서 생전에 친히 적고 당신의 낙관을 찍어 딸에게 주신 액자입니다.

 

어릴 때 할아버지 (그러니까 저에겐 증조할아버지)께서

사랑방에 친구들과 모이셔서 시조창을 하시기도 하고

붓글씨를 쓰기도 하셨는데

그 때 배우셨다는 붓글씨. 그 때 나이 예닐곱살?

 

 

세월이 변하여 가세가 기울면서 학업도 중단되고

평생 자식들 굶기지 않으시려 농사를 지으시다

환갑이 넘으시면서 읍내 서실에 나가셨습니다.

 

 

매일 새벽 논 한 바퀴 도시고

서실에 10시쯤 나가셔서 오후 4시쯤 돌아오셨지요.

돌아오셔서 다시 농부의 일상.

 

 

그렇게 매일 서실에 다니시면서 붓글씨를 쓰셨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아버지를 놀리실 때 '저 친구는 구두 신고 농사짓는 놈이여' 

그래도 싫어하지 않으셨고 자식된 저희도 싫지 않았습니다.

 

 

시집간 딸에게 병풍도 족자도 남기셨는데 이 액자를 가장 애정합니다.

직장 다닐 때 아버지께 써달라 요청한 글이라서 그럴까요? ㅎㅎ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상선약수(上善若水), 수선리만물이부쟁(水善利萬物而不爭), 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訴惡), 고기어도(故幾於道)

 

최상의 선은 과 같다

 

물은 만물에게 혜택을 주지만 다투는 일이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무위자연의 도의 모습과 가까운 것이다.

 

 

 

"생명수를 받으라, 사랑하라, 온유하라, 겸손하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노자'도 알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