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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가을날의 지혜외 1

물수제비 2022. 1. 10. 16:55

[박노해 시]

 

가을날의 지혜

 

가을이 깊어지면 어머니는

찰벼, 들깨, 녹두, 기장, 콩, 고추, 조, 수수

한 해의 결실을 흙마당 멍석에 늘어놓고

세 갈래로 정갈히 분류하셨다

 

 

가장 좋은 것은 내년에 씨 뿌릴 종자로

그 다음 좋은 것은 이웃들 품삯과 선물로

나머지는 우리 먹을 식량으로 갈무리하셨다

 

어린 나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가장 굵고 여물고 실한 것들은 왜

땀 흘려 거둔 우리가 먹어보지도 못하고

종자로 싸매 달고 이웃에게 나눠주는지

 

그날 밤 호롱불 앞에 기도를 마친 어머님은

평아, 농사는 누가 짓는 것이냐

하늘이 짓고 기후가 짓고 대지가 지어 주신단다

이 결실들이 어디서 나온 것이냐

땅에 묻힌 종자에서 나오는 거란다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세우고 재주를 부려도

하늘이 한 번 흔들어 버리면 다 소용없는 일이란다

아무리 큰 재난이 닥쳐도 서로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 관계만 살아 있다면 두려울 게 없단다

그러니 우선순위를 바로 해야 한단다

 

 

어려운 날이 닥치고 앞이 안 보일 때마다

너의 우선순위를 바로 하라!

그 가을 어머니 말씀이 새롭게 울려오네

 

 

 

'박노해의 뒤에는

그의 어머니가 계셨구나'

하면서 읽었습니다^^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다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뭔가에 무관심한 사람도 아무도 없다

 

 

관심의 총량은 누구나 같은 것

다만 관심의 우선순위가 다를 뿐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너는 무엇에 관심 갖는가

 

 

너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너의 우선순위를 바로하라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

 

나의 우선순위

우리의 우선순위를

그야말로

'바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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