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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풍경

아직 밭에 남아 있는 아이들

물수제비 2020. 12. 12. 22:59


가을걷이는 벌써 전에 끝이 났고

겨울 다가오며

김장도 끝이 났다.

그런데 찾아 들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차가운 밭에 있다.


먼저, 갓이다.


얼갈이 배추 무다

어디로든 데려가줘야하는데 손이 닿지 않고 있다.

얼갈이 배추와 무

이 아이들도.

시레기로는 가을 무가 있으니

역시 안타깝다.

겨울을 날 수 있을까?


시금치다.

시금치


이 아이는 겨울 눈 속에서도 견디는 것을 보긴 했다.

그리 견디면 단 맛이 더해진 시금치가 된다.

그래도 짠하다.



이 아이는 오남매로 태어났는데 혼자 남아

여든 일곱의 어른을 지켜주는 아이다.

맘 아픈게 절대 손에 잡혀주지 않으며 동거한다.


혼자 남게 된 게 연로하신 어머니가

오남매와 어미를 거둘 수 없어 다 보내려 했는데

끝내 데려가려는 이 손에 잡혀주지 않아 남게 되었단다.

인기척을 느끼면 꼬리치며 달려오는데

손이 닿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짠하다.

그래도 많이 불러 준다.

예쁘다고 잘 생겼다고 고백?한다.

 

이름도 순이라 지었다.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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