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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만 삼천원

물수제비 2022. 5. 30. 07:13

축의금 만 삼천원

 

 

 

 

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가 보이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리가 없는데......'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못 왔어요. 죄송해요. 대신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를 전해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뒤집어 쓴 채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철민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리어카 사과 장사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본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해남에서 친구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세 장......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데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기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나는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 곰보빵(이철환 중)-

 

 

훑어 읽으며 눈물.

옮겨 적으며 다시 눈물.

너무나 아름답다.

세상은 참 힘든데

또 세상의 어느 한 구석은

또 이렇게 따뜻하다.

 

그래서 다시 힘을 낸다.

이들을 불러 찾아오라 하심을 믿고.

 

 

따뜻하다!!  (그림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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