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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누가 있는가? 외 , 정채봉 시인

물수제비 2020. 12. 30. 19:13

정채봉 시인을 한참 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 시로 다시 만납니다^^

 


거기 누가 있는가?

 

연못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연못의 동쪽 귀퉁이에는 물망초가 살고 있었다.

 

풍성하게 꽃 피울 것을 소망하며^^

 

동쪽 귀퉁이에 사는 물망초는 불만이 많았다.

허구한 날 물에다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물방개가 스쳐가는 것에도 신경질을 부렸으며

심지어 산그리메가 지나가는 것에까지도 역정을 내곤 하였다.

 

 

 

 

그러나 서쪽 귀퉁이에 사는 수련은 즐거움이 많았다.

물에서 살게 되는 청결함에 감사하였다.

 

 

어쩌다 물잠자리가 잠시 들러도 반겨 맞이하곤 하였다.

때론 흰구름 깃이 물 속으로 스며드는 것에도 환희로워 하였다.

 

 

얼마쯤 지났다.

물망초가 사는 연못의 연못의 동쪽 귀퉁이에는 

찾아오는 이 하나 없이 물파래만 가득 끼었다.

 

 

물망초는 꽃은 커녕 제자리 조차도

물파래 한테 빼앗기며 죽어가고 있었다.

오직 연못의 서쪽 귀퉁이에 사는 수련만이 번성하고 있었다.

 

 

파란 물 위에 꽃을 피웠으며 새순을 얻었다.

그러자 지나가는 나비 조차도 쉬어 갔고 노을까지도 적셔들었다.

 

 

-거기 누가 있는가(정채봉) 중-


 

정채봉 시인의 시 하나 더 소개합니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그리고 정채봉님이 기억하는 엄마를 간단히 그의 글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하늘의 별로 돌아가신 나이가 바로 저 스무 살이었던 것이다.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여덟에 나를 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이 세상살이를 마치신 우리 어머니.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어머니의 내음은 때때로 떠오르곤 한다.

바닷바람에 묻어오는 해송 타는 내음.

고향의 그 내음이 어머니의 모습을 아련히 보이게 한 날을 기억한다.

 

해송 타는 연기 내음으로 엄마를 기억하는 그의 모정이 참 매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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